익명으로 따뜻한 연말 기부

"나보다 더 어려운 이웃 위해 써달라"

(울산=뉴스1) 최상원기자

자신도 기초생활수급자로서 보호받고 있음에도 지역의 더 힘든 이웃들을 위해 써달라며 현금을 전달한 어르신이 있어 주위에 귀감이 되고 있다.

추운 겨울 주민들의 마음을 훈훈하게 만든 사연의 주인공은 울산 중구 병영 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70대 기초생활수급자 어르신 A씨.

9일 오전 10시쯤 병영1동 행정복지센터를 방문한 A 어르신은 거침없이 기초생활수급 담당 공무원에게 다가가 한 덩이의 돈 뭉치를 던지고는 훌쩍 밖으로 나갔다.

A 어르신이 던지고 간 돈 뭉치는 5만원권 60장으로 300만원이라는 거금이었다.

담당 공무원은 순식간에 벌어진 일에 놀랐으나 혹여 어르신이 이 돈을 끝으로 극단적인(?) 행동을 하시진 않을까 걱정돼 바로 뒤쫒았고, 이내 붙잡았다.

"부끄럽다. 마!"를 수차례 외치며 가려던 A 어르신은 담당 공무원을 뒤따라 나온 병영1동 행정복지센터 공무원들의 강권에 못이겨 센터로 돌아갔고, 고수옥 병영1동장과 차를 마시며 돈 뭉치를 건낸 이유를 털어놨다.

"평소 국가의 혜택을 많이 보며 살아가고 있고, 항상 주위의 관심과 도움을 받아 이에 대한 고마움도 크다"고 전제한 A 어르신은 "연말을 맞아 어려운 이웃을 많을텐데 조금이나마 나도 누구를 돕는데 보탬이 되고 싶었다"고 조심스럽게 속마음을 전했다.

고수옥 병영1동장과 센터 공무원들이 이 같은 A 어르신의 말에 놀란 것은 사실 어르신 본인도 동에서 관리하고 있는 기초생활수급자 어르신이기 때문이었다.

참전 유공자이기도 한 A 어르신은 왼 손목이 절단된 장애인으로, 참전수당과 장애인연금, 기초생활수급 등을 지원받아 생활해 오고 있었다.

A 어르신이 내놓은 돈 뭉치는 이런 지원금 가운데 생활비를 제외한 일부를 수년간 모아온 것.

A 어르신은 "사실 혼자살면서 이런 저런 지원을 받아 생활하다보니 돈을 쓸 일이 크게 없어서 조금씩 모으다 보니 이 정도 돈이 됐다"며 "남들이 보기에 큰 돈은 아닐 수 있겠지만 내 마음인 만큼 잘 전달해 달라"고 부탁했다.

이어 "남들이 다 하는 일을 처음 해놓고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는 것도 정말 부담스러우니 절대 얼굴이 알려지지 않게 도와달라"고 신신 당부했다.

고수옥 병영1동장은 "일반 주민들에게도 적지 않은 300만원이라는 큰 돈을 기초생활수급자로 어렵게 사시는데도 불구하고 기부해 주셔서 너무 놀랐고, 또 정말 그 마음이 얼마나 감사한지 말로다 설명하지도 못하겠다"면서 "너무나 소중한 기부금인 만큼 지역 내 도움이 절실한 분들에게 잘 전달하겠다"고 답했다.

한편, 병영1동 행정복지센터는 이날 A 어르신에게 받은 300만원을 울산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의료지원이 필요한 지역 내 독거노인과 어려운 가정환경에서도 열심히 공부하는 고학생 등 6세대에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twitter facebook me2day 요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