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예산, 대한민국호 재도약의 발판 기대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

지난 12월 10일 천신만고 끝에 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아직 예산 관련 부수법안이 통과되지는 않은 점이 아쉽긴 하지만 내년도 정부 살림살이 규모가 얼추 확정됐다.

세출 예산의 규모는 약 512조 정도이다.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과 비해보면 1.2조원 정도가 줄어들긴 했지만, 작년 2019년도 예산과 비교하면 9.1% 정도 증가한 셈이다.

작년에 이어 2년 연속 9% 이상의 지출 수준이 증가했다.

이번 예산안은 확장적 재정운영이다.

우리 경제의 연간 실질 성장률이 2%대, 명목 성장률은 3~4% 정도인 것을 고려해보면, 지출 수준은 상당히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업황 부진, 재정분권 등에 따른 세수 여건이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에 2020년 총수입은 480조원 대로 예상되고 있어, 수지 측면에서 보면 큰 폭의 확장적 재정이다.

결과적으로 국가채무는 지출과 수입의 차이만큼 증가하게 된다.

우리 정부의 예산 편성 기조는 대체로 양입제출이라는 원칙을 지켜왔다.

세입의 규모를 먼저 가늠하고 될 수 있으면 그 범위에서 많이 벗어나지 않도록 세출 규모를 정해왔다.

그렇지 않으면 지금 살겠다고 미래 세대에게 부담을 떠넘기는 무책임한 행위가 되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국회에서도 세수에 해당하는 세법개정안을 예산부수법안으로 지정해 먼저 통과시킨 다음 세출에 해당하는 예산안을 통과시키는 것이 관행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미래 세대에게 떳떳하려면 올해 예산은 다른 해보다도 내용이 중요하다.

미래의 부담을 상쇄하고도 남을 정도의 예산편성이어야만 의미가 있어야 한다.

그 의미를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측면에서 짚어 보자. 

2020년 예산편성의 가장 중요한 의미는 우리 경제의 재도약의 발판이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지난 9월 통계청은 우리 경제가 2017년 9월이 경기순환 상 최정점이었다고 발표했다. 

그 시점 이후로는 우리 경제가 수축 국면을 지나가는 중이다.

기존의 경기 수축국면이 1년 6개월 정도였던 것과 비교해보면 이번 수축국면은 2년을 훌쩍 넘어가고 있다.

이렇게 장기화되는 수축국면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운용이 필요하다.

과거 경험을 보면 점증적인 재정지출은 큰 역할을 하지 못했다.

과감한 재정운영을 통해 재도약의 발판으로 삼아야 한다.

이번 예산은 국채발행을 통해 적극적, 확장적 재정운용을 통해 조기에 경기 수축국면에서 탈출할 수 있는 마중물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런 측면에서 민간부문의 경제활력을 되살리기 위한 지원투자가 대폭 증가했다. 산업·중소기업·에너지 분야는 23.7조로 2019년에 비해 26.4% 정도 증가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8월 27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에서 확장적·적극적 재정운영 기조를 강화한 2020년도 예산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8월 27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에서 확장적·적극적 재정운영 기조를 강화한 2020년도 예산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두 번째 의미는 최근 일본의 부당한 수출규제, 경제보복 조치에 맞서 소재·부품·장비 산업의 자립화를 위한 산업투자를 확대했다는 점에 의미 있다.

규모는 2.1조로 크지 않지만, 경쟁력 있는 중소기업에 대한 적극적 지원을 통해, 해당 산업이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지원이 가능하도록 특별회계를 신설한 점도 눈에 띈다.

세 번째 의미는 포용성 강화에 있다. 사회, 고용, 교육 등 3대 안전망을 보강하고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을 강화할 수 있는 분야의 예산이 증가했다.

특히, 우리나라의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취약점으로 지적돼오던 제도적 미비를 해소한 점은 돋보인다.

예를 들어 부양의무자 기준이 추가 완화하고, 청장년층 근로소득의 일부를 소득인정액에서 공제하는 등의 조치를 통해 약 8만 가구가 국민기초생활보장 제도의 혜택을 새로 보게 됐다.

국민취업지원제도라는 이름으로 한국형 실업부조제도가 시행될 예정이다.

더 나아가서 OECD 국가들 중에서도 가장 높은 수준인 노인빈곤 문제를 완화하고 기초연금을 25만원에서 30만원으로 인상하고, 노인일자리 사업도 대폭 강화했다.

마지막으로 국민들의 삶의 질 제고와 국방과 관련된 부분이 강화됐다.

특히, 미세먼지와 관련된 환경분야에 대한 지출은 21.8% 증가한 9조가 됐다.

환경분야는 국회에서도 2000억원 증액해 행정부와 입법부 모두 중요하다고 생각한 분야이다.

여기에 국방분야는 역대 최초로 50조원 이상으로 늘어났다.

차세대 국산 잠수함 등 핵심 무기체계를 보강해 방위력을 개선했다.

동시에 사병의 월급을 33% 인상해 장병의 기본 복지를 대폭 향상시켰다.

2020년은 경제적으로 사회적으로 어려울 해가 될 것으로 대부분 예상하고 있다.

국내적으로는 저출산, 고령화 현상으로 인해 노동의 공급이 줄어들고 있고 생산성 또한 지속적으로 저하되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미국과 중국이 대립하고 있고, 일본과의 관계도 빠른 시간 내에 개선될 것을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결과적으로 우리의 성장은 둔화가 될 것이다.

구조조정과 전달체계 개선을 통한 효율성 개선의 노력이 아쉽긴 하지만, 정부의 적극적인 확장적인 재정정책을 통해 국민의 삶의 고담함을 덜고, 우리 경제의 재도약의 기반을 확립하는 한 해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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