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운전자 위협하는 ‘블랙아이스’, 이렇게 대처해야

     
조은경 한국교통안전공단 연구교수
조은경 한국교통안전공단 연구교수

지난 12월 14일 토요일 새벽, 7명의 사망자와 42명의 부상자를 낸 대형 교통사고가 상주-영천고속도로에서 발생하였다.

이 사고의 원인은 ‘블랙아이스(Black Ice)’로 검은 도로 아스팔트 위에 얼음이 생겼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겨울철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 살얼음 또는 빙판길은 눈이나 비 또는 서리가 내린 겨울철 이른 새벽녘에 많이 형성된다.

그러나 흰 눈과 달리 식별이 쉽지 않아 차량이 미끄러진 직후에서야 비로소 깨닫게 되는 경우가 많다.

살얼음판에서 미끄러진 차량은 중앙선 이탈 또는 갓길 충돌 등의 위험을 안고 있어 자칫 대형 교통사고로 이어지기 쉽다.

경찰청에서 발표한 지난 3년 간 교통사고 자료를 살펴보면, 실제로 서리·결빙으로 인한 교통사고 발생건수(3843건)가 적설로 인한 교통사고(2189건)보다 1.76배 많다.

특히, 서리·결빙(105명)으로 인한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적설(37명) 시보다 2.84배 정도 높아 치사율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통행속도 감속이 가장 큰 해결책

살얼음은 영하 1~3℃에서 쉽게 형성되기 때문에 겨울철에 교량 위나 교각 아래, 터널 출입구, 산비탈 아래 등 응달진 곳을 지날 때는 특히 주의해야 한다.

미끄러운 구간이 예상되면 풋 브레이크보다 엔진 브레이크를 사용하여 감속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오토 차량의 경우 변속장치를 (-)로 변환한 후, 순차적으로 한 단계씩 기어를 내리면 된다.

만약 차량이 미끄러짐 구간에 진입했거나 이미 미끄러지고 있다면 가속 페달과 브레이크 페달에서 발을 떼고 차체 뒷부분이 미끄러지는 방향으로 핸들을 돌리거나 유지하면서 차량회전을 막는 것이 좋다.

상황에 따라서는 풋 브레이크를 살짝 밟았다 떼었다 반복하는 펌핑 브레이크(Pumping Break)를 통해 타이어의 마찰력을 높이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주행 중 차량이 크게 미끄러진 경험이 있는 운전자들은 알 것이다,

생각했던 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갑작스러운 상황에 처하게 되면 운전자들은 위험을 피하기 위해 본능적으로 핸들을 크게 돌리거나 브레이크를 세게 밟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이러한 행동은 오히려 차량 회전과 차선 이탈을 야기하고 최악의 경우 타이어와 핸들 잠김으로 이어져 차량 제어력마저 잃게 할 수 있다.

따라서 살얼음으로 인한 교통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운전자가 당황하지 않고 차량을 얼마나 잘 통제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한국교통안전공단에서 실시한 도로상황 재현 주행안전성 실험(2015년)에 따르면, 차량이 시속 80㎞로 눈길이나 빙판길 곡선구간에 진입하면 순간적으로 미끄러지면서 차량제어가 거의 불가능하였다.

반면, 동일한 구간을 40㎞ 이하로 진입하면 가속페달과 브레이크 페달을 밟지 않고 적절한 핸들조작 만으로도 차량 제어가 가능하였다.

이 실험을 통해 알 수 있는 바와 같이, 빙판길에서 누구나 실천할 수 있는 가장 큰 교통사고 대비책은 감속 운전이다.

최근 살얼음으로 인한 교통사고가 빈번히 발생함에 따라 상습 결빙 구간에 대해서는 VMS와 네비게이션을 통해 사전에 정보를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알려졌다.

또 국토교통부와 관계기관에서는 해당 구간에 대해 도로 위 열선을 설치하거나 작은 홈을 파는 그루빙(grooving) 기법 등의 도입도 고려중이다.

물론 이러한 대안들은 빙판길 교통사고 예방에 큰 도움을 주겠지만 살얼음이 언제, 어디에 형성될지 정확히 파악하기 힘들어 전국적으로 설치 및 유지·관리하는데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안전한 빙판길 운행을 위해 무엇보다 겨울철 심야와 이른 새벽 시간대 응달진 곳을 지날 때에는 반드시 운전에 집중하고 감속 운행하도록 유의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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