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 2024.02.01

헌혈 100회 눈 앞…36년간 이어온 생명나눔

“내 육신은 나이 들고 병들면 사용할 수 없는데 어차피 혈액은 다시 생기는 것이고 내 혈액이 사용돼서 누군가의 생명을 줄 수 있는 상태가 지금이라면 지금 나누고 싶다”

제해용(55) 씨는 대한적십자사 대구·경북혈액원에서 헌혈 100회를 앞둔 경북 119 특수대응단 119항공대 기장이다. 그는 올해로 헌혈을 시작한 지 36년째이며 헌혈증서도 기증해 오고 있다.

1989년 입대를 앞두고 처음 헌혈을 시작한 제 씨는 한동안 헌혈을 주기적으로 하지 못했으나 특전사 군 복무 중 함께 근무하는 선배가 정기적으로 헌혈하며 봉사하는 모습에 감동받아 꾸준한 생명나눔을 시작하게 됐다.

그는 “지속적인 헌혈을 시작하도록 물꼬를 터주신 윤동호 선배님은 70세가 가까워지는 나이에도 여전히 어려운 이웃을 위해 무료급식·노인돕기 봉사 등을 하신다. 혈액이 필요한 환자들을 위해 300회 이상 헌혈을 하는 모습이 저에게 큰 영향을 줬다”며 지속적인 헌혈 동기를 밝혔다.

제 씨는 헌혈뿐만 아니라 헌혈증서도 기증해 오고 있다. 그는 “동료의 배우자가 급성 백혈병으로 힘든 시기에 헌혈증이 필요하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딱한 상황을 듣고 가만히 있을 수가 없어서 가지고 있던 헌혈증 30여 장을 보내줬다. 더 줄 수 없었던 마음이 더욱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같이 근무하는 동료들에게 딱한 사연을 공유하며 동료들이 갖고 있는 헌혈증을 모두 모아 조금 더 도울 수 있었다”며 나눔의 뿌듯함을 전했다.

제 씨가 현재까지 헌혈에 투입한 시간만 7천770분(129.5시간)이다.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네 명의 딸도 정기적으로 헌혈의집을 찾아 생명나눔에 동참하고 있다.

그는 “헌혈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지역사회 생명나눔 확산을 더욱 위축시키는 것 같다”며 “국가·지방자치단체도 함께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 씨는 헌혈에 대한 생각을 담백하게 밝혔다. “사람들이 헌혈에 관해 물으면 헌혈도 봉사 중 하나라고 말한다. 헌혈은 몸에 이상이 없고 건강할 때 다른 사람을 위해 하는 봉사”라고 말했다.

대구·경북혈액원 관계자는 “전체 혈액보유일수는 4.3일분으로 적정보유량인 5일 미만인 상황”이라며 시민들의 적극적인 헌혈 참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twitter facebook me2day 요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