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 2024.02.06

외국어 간판에 엔화 가격표까지…규제 근거 없는 지자체 ‘골머리’

대구 도심 상가에서 한 눈에 이해하기 어려운 외국어나 외래어가 남용되고 있지만 규제할 기준이 모호해 지방자치단체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최근 대구 중구 동성로의 한 일본 식당이 메뉴판에 음식 가격을 원화가 아닌 엔화로 표기해 SNS에서 논란이 됐다.

식당 메뉴판에는 ‘엔화로 표기된 가격은 0을 붙여 원화로 계산해 주세요’라는 안내 문구와 함께 모든 메뉴가 엔화로 적혀있었다.

옥외광고물법에 따르면 광고물 문자는 원칙적으로 한글맞춤법, 국어의 로마자표기법 및 외래어표기법 등에 맞춰 한글로 표기해야 하며 외국 문자는 한글과 함께 적어야 한다.

외국어를 모르면 업종을 알 수 없고 사고 발생 시 위치를 파악하기 어려워 인명 구조에 차질이 생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취지다.

그러나 현행법상 옥외광고물은 사람이 통행하는 장소에 노출된 광고물을 뜻하기 때문에 식당 내부에서 제공되는 메뉴판은 제재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화폐 단위는 외국어에 속하지 않아 지자체가 시정 명령을 내릴 근거가 없는 실정이다.

무분별한 외국어 사용은 간판이나 현수막 등 옥외광고물에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다만 관련법의 기준이 모호해 지자체가 쉽게 제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중구청에 따르면 최근 외국어 간판에 대한 민원은 한 달에 평균 2~3건 이상 꾸준히 들어오고 있다.

구청은 민원을 접수하면 외국어 간판에 한글을 병기하라는 공문을 보내고 시정 지도하고 있지만 일부 상가는 법의 허점을 이용해 외국어 간판을 유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중구청 관계자는 “상표 등록이 돼 있으면 완전히 외국어만 적힌 간판이라고 해도 불법이 아니다. 등록되지 않은 가게에 시정명령을 내려도 간판에 작은 글씨로 한글을 적으면 규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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