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 2019.05.07

평가에 일희일비 말고 경제패러다임 전환 노력해야

김용기 아주대 국제학부 교수



 

 

 

 

 

 

 

문재인 정부는 출범 첫 해인 2017년 7월, 사람중심 경제로의 ‘경제정책 패러다임 전환’을 선언했다.

이에 따라 가계소득을 새로운 성장 원천으로 활용하는 소득주도성장과 일자리-분배-성장의 선순환을 복원하는 일자리중심경제, 경제주체간 합리적 보상체계를 정립하는 공정경제, 그리고 3% 성장능력을 갖춘 경제를 유지하기 위한 혁신성장 등 4가지 방향을 제시했다.

하지만 정부 출범 2년 즈음 실시된 여론조사 등을 종합해보면 경제정책에 대한 만족도는 높지 않아 보인다.

특히 일자리 정책은 부정적인 평가가 많다.

일자리 정부를 표방하면서 대통령 스스로 일자리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청와대에 상황판을 설치하는 등 ‘일자리 중심’의 국정운영을 내걸었음에도 불구하고 최저임금 등의 정책이 ‘고용쇼크’를 불러일으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리고 평가가 좋지 않은 이유는 무엇보다 전년 대비 취업자수 증가가 감소했기 때문이다.

실례로 2017년에 전년 대비 31만 6000명이 늘어났던 취업자수는 지난해 9만 7000명 증가에 그쳤다.

또한 일자리 정책의 방향 대전환에 국민적 공론화가 실패하고, ‘일자리는 민간투자 확대를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과거의 주류적 인식이 여전히 지배하고 있다.

이는 아마도 일자리 창출을 위한 정부의 적극적 역할이 필요하다는 대통령의 철학이 정부 조직에서조차 충분히 공유되고 있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전년 대비 취업자수 증가 규모로 고용정책을 평가하는 것이 올바른지 의문이다. 무엇보다 지난해는 통계작성 이래 처음으로 생산연령인구(15∼64세)가 감소하기 시작한 해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생산연령인구는 2014년의 경우 23만 6000명이 증가했다.

]또 2015년과 2016년에도 각각 18만 7000명과 13만 4000명이 증가했고, 다음해도 2만 1000명으로 증가추세를 유지했다.

그러나 2018년에는 전년도 대비 6만 3000명이나 감소했고, 향후 감소폭은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취업할 수 있는 사람의 증가폭은 현저하게 줄어들었는데, 이를 감안하지 않고 취업자수 증가라는 결과만으로 고용상황을 평가하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

한편 생산연령인구의 고용률이 66.6%인 점을 감안해 지난 8년간의 실적을 계산해보았다.

아래 표는 취업자수 증가에서 고용률을 감안해 생산연령인구의 증감을 뺀 것이다.

이 계산에 따르면 지난해 경우 증가한 취업자수 9만 7000명에 생산연령인구 감소량(-6만 3000명)과 고용률(0.666)을 곱한 수를 빼면 약 13만 9600명이다.

이 방식으로 2016년은 전년 대비 취업자수의 증가는 23만 1000명이나 생산연령인구의 신규 증가폭이 14만 9000명이었음을 감안할 때, 지난해 취업자수 증가와 크게 다르지 않다. 

또 2014년과 2017년보다는 부진하지만, 2010년보다는 개선되었고 2015년과 2016년과는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결과다.

 

 

지난 8년간 생산연령인구의 고용률.

지난 8년간 생산연령인구의 고용률. 


이 계산은 일자리에 관한 정부의 책임을 덜기 위한 주장이 아니다.

그보다는 인구구조의 변화가 급격하게 진행되고 이것이 취업자수 증가에 미치는 영향이 분명한데, 이를 감안하지 않은 고용정책이 나온다면 정책의 실패가능성이 오히려 높아진다는 것을 밝히고 싶다.

한편 고용의 질을 보면 지난해 고용상황이 최악이 아니었음은 더욱 분명하다.

지난해의 경우 생산연령인구 감소에도 불구하고 상용직 근로자가 전년 대비 34만 5000명이나 증가했는데, 2017년의 36만 6000명과 다르지 않다.

아울러 2017년은 일용직 근로자가 3만 1000명 늘었으나 2018년에는 5만 4000명이 줄었고, 또 2017년의 경우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가 4만 4000명 늘었으나 2018년에는 8만 7000명 줄었다는 요인으로 두 해의 차이를 설명할 수 있다.

이 두가지 요인에 의한 취업자수 증가의 격차는 21만 6000명에 이르는데,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는 일용직 근로자가 2017년에 늘었던 이유는 과도한 건설경기 때문이라는 점에서 바람직하다고 보기 어렵다.

또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가 줄어든 것은 최저임금 보다는 부동산투기의 진정과 음식·숙박업 등 내수산업의 부진, 그리고 자영업의 과당경쟁이 야기한 것으로 보는게 타당하다.

정부가 강조하고 있는 공공부문의 일자리 또한 대개는 안전과 사회서비스 부문의 부족한 인력을 확충해 국민의 안전과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함이다.

이 분야에 관한한 한국의 공공부문 일자리 수는 OECD 평균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수준으로, 향후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설명이 필요한 대목이라 할 것이다.

그런가하면 최저임금의 인상을 중심으로 정부 정책이 뭇매를 맞고 있지만 사실 주변을 돌아보면 만족도가 높아진 곳도 발견된다.

근로소득자의 실질 임금이 경제성장률을 넘어서고 있는 것은 참으로 오랜만의 일이고, 중위임금의 2/3미만 저임금근로자 비중은 2017년 22.3%에서 2018년 19.0%로 대폭 하락했다.

일상적인 야근에 시달리던 대기업 근로자들이 근로시간 단축을 통해 저녁있는 삶을 누리고 있는 것도 그러하다.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가 50% 언저리에서 유지되고 있는 것도 국민들이 생활 속에서 개선을 체감하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광주형일자리 실험의 진척도 향후 기대되는 대목이다.      

경제정책의 패러다임 전환은 쉽지 않다.

기존 정책으로 이익을 보던 집단으로부터 강력한 반발을 야기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끊임없이 수출에만 의존하고, 특정 몇몇 대기업에만 의존하는 경제, 수출을 하더라도 부가가치의 상당 부분이 해외로 유출되는 경제는 더 이상 지속가능하지 않다.

2008년 당시 우리나라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빠르게 극복하기는 했지만, 수출에만 의존해 극복하면서 오히려 한국사회의 양극화 현상이 매우 심각해졌던 경험을 잘 알고 있다.

자영업과 중소기업의 어려움이 심화되고 있는 것은 정부로서는 가장 아픈 대목일 것이다. 이 또한 고질적인 수출중심, 대기업 중심, 내수부족의 어려움에서 비롯된다.

때문에 향후 이들에 대한 각별한 관심과 혁신을 위한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며, 정부가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할 것이다.

나아가 지금은 평가나 결과 등에 의기소침하기보다는 경제패러다임의 전환을 위해 더욱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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